posted by 입장문 2019. 6. 9. 17:47

딱 1년간의 만남은 그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미련을 남게 만들어 매일 밤 그와의 추억이 담긴 메시지부터 시작해 사진을 훑게 만들었다. 이따금 손가락이 기억하는 열 한자리의 번호를 찍곤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을 하게 만든 남자는 제게 잘 해주는 것은 없었지만, 보기만 해도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하는 남자였다고 나카지마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너무나도 불쌍했기에.

 

 

 

 

 

“아츠시 군, 우리 이제 그만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별을 고하는 순간,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만나는 시간마다 소요되는 계산은 제 카드가 메꾸었던 일부터 시작해 그의 욕구가 차오르는 날이면 다음날이 출근이라도 침대에서 얌전히 굴어야 하는 모습까지.

 

 

 

 

 

“오늘도 예뻤어.”

 

 

 

 

 

한참을 제 멋대로 움직였던 남자가 애정 행위를 멎고 나른함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자신에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담배의 매캐함을 싫어하는 저였지만 그것을 배려는커녕 모르고 있던 남자는 뻐끔뻐끔, 연기를 뿜었다. 그럼에도 인상이 찌푸려지지 않은 것은 거기에 섞어주는 다정한 말과 담배를 들지 않는 반대쪽 손을 이용하여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려주는 일정한 다정함 때문. 애정이라곤 껍데기뿐인 감촉이라도 좋았던 나카지마는 찝찝하게 남아있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알싸한 냄새가 가득 고인 그의 가슴팍에서 잠들었다.

 

바로 어제까지도 그랬다. 아니, 몇 시간 전만 해도. 여운은 사라졌지만 흔적은 여전하게 남아있었고 그와 짝꿍인 통증이 허리에서 찌릿, 대신 운다.

 

 

 

 

 

“마도 씨.”

“내게 너는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야. 늘 마음고생을 시키는데······. 내게 언제까지 이렇게 폐만 끼치는 관계를 가질 수 없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어.”

 

 

 

 

 

내뱉는 목소리는 물론, 조합한 문장에 온통 꿀을 발라두었는지 달콤하게 꽂힌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냉정하게 들으면 모두 저를 위한다는 이야기로 포장된 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방적인 통보임에도 나카지마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못난 사랑을 찾아 애써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 했다. 그래서 “왜요?” 라는 말로 따지지도 못하고 그저 터지는 눈물을 꾹꾹 눌러 담으며 알겠다고, 그 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그가 떠나가는 모습만 담았다.

 

일렁이는 시야로 집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걱정도 걱정이지만 기분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카지마는 부러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낯선 이들의 어깨와 스치고 내키는 대로 골목을 꺾다보니 어느덧 도착한 곳은 잘 알지 못하는 술집 앞.

 

 

 

 

 

“안 들어가냐.”

“아······.”

 

 

 

 

 

어디서부터 잘못 든 길인지 주변 모두가 술집으로 가득한 거리는 겁을 먹게 만들었다. 위축된 몸이 험한 일을 당하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만들었다. 시선을 아래로 두고 차분하게 한 걸음 옮기려니 미처 알아채지 못한 기척과 부딪혔다.

 

 

 

 

 

“혼자?”

“···네.”

 

 

 

 

 

당황스러움에 잠시 멍하니 부딪힌 상대를 보았고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와 마주치자마자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나온 상대의 말. 겉보기와는 다른 사근하고 다정한 말씨에 상처로 가득한 외로움은 금방 그에게 곁을 내준다.

 

 

 

 

 

“잘 됐네. 이쪽도 혼자거든.”

“······.”

“안 잡아먹어. 그냥 너도 술친구가 필요 한 것처럼 보여서.”

 

 

 

 

 

으쓱, 하며 가볍게 지나쳐가려는 남자를 나카지마는 잡았다. 그리고 그를 따라 술집으로 들어섰고 곧 술잔을 가볍게 부딪혀댔다. 술에 대해서는 잘 몰라 그와 같은 것으로 시켜버린 탓에 제대로 마시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잔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자주 기울이게 되었고 덕분에 점점 바닥을 드러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목 뒤로 넘기니 정신이 살짝 몽롱했다. 알코올에서 오는 열감이 서서히 몸 곳곳으로 퍼지고 차던 몸을 적당히 달구어진다. 금방이라도 잠에 빠져들 듯 몸이 나른한 것이 저도 모르게 옆자리 남자의 어깨를 빌렸다.

 

 

 

 

 

“끼 부리는 거냐.”

 

 

 

 

 

곳곳에 돌고 있는 열기에 귀는 물론 볼은 이미 붉어진지 오래. 나카지마는 멍멍하게 들리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 했다.

 

 

 

 

 

“끼 부리면요?”

 

 

 

 

 

 

물렁하진 뇌 한 쪽에서 문장을 만들었다. 내뱉고 보니 발칙한 말이라고 어디선가 핀잔을 주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데리고 가야지.”

“저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안 들었음 처음부터 데리고 들어오지 않았어.”

 

 

 

 

 

듣고 싶었던 말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억지로 뽑혀버린 마음 역시 그 빈 공간을 웃음으로 몽글몽글 메워지니 계속해서 간직하라는 뜻으로 제가 좋을대로의 해석을 한 타인의 온기가 나카지마의 입술에 닿았다. 이어 체온과 비슷한 숨결 따뜻하게 불어넣어지며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이 진하게 섞인다.

 

 

 

 

 

'Short > BS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쿠아츠] Nember 1  (0) 2019.08.24
[다자아츠] 그대와의 거리  (0) 2019.07.07
[다자아츠] 고백의 순간  (0) 2019.04.14
[아쿠아츠] 너에게만 느끼는 감정  (2) 2019.04.05
[아쿠아츠] 엇갈린 애정  (0) 2019.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