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8. 13. 16:53

 

 

 

 

 

 

 

 

 

 

 

처음 그를 따라 마신 커피의 처음은 머리가 띵하고 울릴 만큼 차가웠고 끝은 맴도는 텁텁함 때문인지 쓴맛이 강하게 박혔다.

 

단맛을 좋아하는 히나타였기에 첫 한 입의 인상은 결코 좋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움에 적셔진 혀에서는 낯설음 때문인지 곧바로 두 번째 모금을 달라 입맛을 다시게 하였고 그래서 다시 입 안에 머금게 되었다.

 

쪼록. 빨대를 타고 올라 온 음료는 작은 입 안에 퍼진다. 미각을 자극하는 쌉싸름함이 아까는 분명 달갑지 않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싫지 않았다. 어디선가 맛을 본 낯익음.

 

곰곰이 생각하던 히나타가 짝, 제 작은 두 손을 맞댔다. 가볍고 경쾌한 소리에 맞은편에 같은 종류의 커피를 마시고 있던 아카아시가 잔을 내려두었고 히나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 그와 눈을 마주쳤다.

 

 

 

 

 

“저 이 맛 알아요.”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듯 동그란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게 빛이 난다. 무슨 맛이라고 할까. 아카아시는 그 빛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기댔던 등을 떼어 상체를 히나타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그··· 그게······.”

 

 

 

 

 

히나타는 주변을 힐끔 곁눈질했다. 그리고 누가 들을까 부끄러워 속닥속닥 아카아시에게만 이야기하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어내니 적당하던 거리가 급하게 좁혀졌다. 그에 끈덕지게 남아있는 씁쓸한 향이 훅 끼쳐와 마주친 시선을 겹치지 못하고 창 너머로 넘겼다.

 

분명 저와 같은 것을 마셨고 남아있는 양도 아직 절반정도로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카아시 쪽에서 훨씬 더 진하게 풍기는 향은 히나타의 답에 색을 입힌다.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고 미끄덩한 살덩이가 만나 저 안쪽 여린 피부가 만나는 그림에 옅게 퍼지는 가쁜 호흡. 안 그래도 가까운 거리가 부끄러운데 제법 선명한 상상이 맴돌아 괜히 귀에 열이 몰린다.

 

 

 

 

 

“어른의 맛, 이라고 하려는 거야?”

“······.”

 

 

 

 

 

그 마음을 몰랐으면 했지만 한편으로는 말하기 부끄러워 알아줬으면 하는 이중적인 저울질 중에 들은 말은 언제나 저를 어리게만, 여리게만 보는 선배의 대답. 히나타는 단숨에 열이 식었다. 식은 열은 삐죽 토라진 감정과 함께 입술로 몰려 내밀어진다.

 

 

 

 

 

“아니면,”

“······.”

“이런 걸 생각한 거야?”

 

 

 

 

 

그리고 그 부루퉁함이 다른 감정으로 바뀌게 된 건 3초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촉. 가볍게 닿았다 떨어진 말캉함은 흩어져있던 열을 모두 얼굴로 끌어 모았다. 덕분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얼굴 역시 붉게 달아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

 

 

 

 

 

“···이렇게 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짧았기에 부끄러움보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으며 그랬기에 욕심이 났다. 수줍음으로 여린 살결을 물들여 놓은 주제, 솔직함으로 오물거리는 말들이 너무나도 담백해 아카아시 역시 갈증을 일게 한다.

 

“눈 감아 볼래?”

“······.”

“확인시켜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