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8. 18. 13:49

그 날 일은 현실일까 꿈일까.

아직도 나는, 그리고 너 또한 모른다.

 

 

 

 

 

 

 

 

 

 

매미 우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하던 어느 무더운 날. 어둠이 깔린 밤에도 그 열기는 식지 않아 잠자리를 뒤척이게 하였다. 잠과 예민함이 공존하는 애매모호한 시각. 창 너머에서는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넘어오고 방 안에서는 얇은 이불과 가벼운 옷이 사부작 스쳐서 잠에 들기 힘들었다.

 

 

 

 

 

“······.”

“······.”

 

 

 

 

 

운동이라도 하면 피로감에 잠들 수 있을까 싶어 나왔던 공원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주한 옛 동료이자 동경. 모델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겸하고 있는 키세는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고 나왔기에 저쪽에서는 알아보지 못한 듯 하였다.

 

그렇기에 그냥 스쳐지나 갈 수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모두 처음의 감정을 깨닫게 만들었고 정말 사랑하는 이와 할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었던 이로, 감내하던 그쪽에서 먼저 이미 지나간 일로 치부하여 젖비린내 나는 미성년들의 불장난이라며 명명해 완전히 벽을 세워도 할 말 없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키세는 그러지 못했다. 창피함이라 던지 부끄러움이라 던지 거절에 대한 감정들은 잠시 뒤로 물릴 만큼 그가 간절했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못 박힌 듯 계속 자신의 별을 쫓았고 결국은 닿았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하게 구름 한 점 없이 모든 것을 포용해 줄 것만 같은 맑은 하늘이 담긴 시선과

 

 

 

 

 

“잘 지냈습니까?”

“···예. 잘 지냈습니다. 키세 군은요?”

“저도 뭐······.”

 

 

 

 

 

근처에 벤치가 있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기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는 말이 오갔지만 이후 대화는 끊어졌다.

 

이어질 듯 말 듯. 어색함이 내려앉는 공간 속 매미는 시끄럽게 울어대고 거기에 뒤질 수 없다는 듯 풀벌레가 찌르르 운다.

 

 

 

 

 

“쿠로콧치.”

“키세 군.”

 

 

 

 

 

동시에 뱉은 서로의 호칭은 10년 전 그때와 같고 같은 교복을 입은 그 날의 상대가 비춰지는 착각이 인다.

 

 

 

 

 

“여전히 너는 망설이네요.”

 

 

 

 

 

완전하게 소년과 남자가 겹쳐졌을 때, 옷깃이 사부작 스치며 지금 끓는 계절보다 더 뜨거운 계절이 서로의 입술과 숨결을 통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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