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1. 27. 00:47

이즈른 전력 60분 74주차, 기회


 

 

 

기회

; 오늘도 놓친 그것

 

 

 

 

 

 

 

 

 

 

히터를 틀어 두어서인지 돌아 온 교실은 나른한 온도였다. 여직 먼 봄이라도 담아 온 듯 답지 않은 온화함에 이즈미는 저도 모르게 늘어지는 몸을 책상에 뉘었다.

 

요 며칠 나이츠의 세나 이즈미와, 모델 세나 이즈미의 이중생활은 그 어떤 조그마한 틈조차 내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하나의 몸을 가진 세나 이즈미에게 달라붙었고 지금 이즈미의 상태는 금방이라도 골아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피로가 축적되어있었다. 그랬기에 이즈미는 곧바로 눈을 감아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려 애를 썼고 이내 몰려오는 잠기운에 의식을 맡겼다. 그리고 다시 의식을 차리게 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꿈결에서 벗어나지 못해 몽롱함이 깃든 상태에서 느낀 타인의 인기척 때문이었다.

 

 

 

 

 

“······.”

 

 

 

 

 

딱히 몸에 손을 대는 것도 아니었고 잠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그대로 두었던 것은 상대가 가지고 있던 조심성을 대담함으로 바꾼 계기가 되었는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접촉이 생겼다. 머리카락의 끝부터 잘게 떨려오는 생경함. 이상 잠을 이어나가지 못하게 온 신경이 곤두서고 혹시나 싶은 기대감이 누구인지 가늠되지도 않는 이에게 부풀어 가슴을 설렘으로 만들었다.

 

 

 

 

 

세나, 자는가?”

 

 

 

 

 

기분을 고조시키는 기대심의 대상과 같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부유했고 동시에 부끄러움이 훅 차올라 태연한 척 견뎌내기 어려워졌다.

 

 

 

 

 

정말 자는가?

 

 

 

 

 

결국 참지 못한 낯간지러움에 잠투정인 척 몸을 뒤척였다. 상대는 놀란 듯 제게 거리를 두었지만 이내 잠에서는 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선 직접 제게 닿는 것보다 드리운 그림자를 대신 만지고 쓰다듬는다.

 

다시 열이 올랐다. 받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더 부끄러운 느낌. 괜히 지는 기분이 들어 이즈미는 지금 저의 감정을 쥐고 있는 이 낯설고 익지 못한 분위기에 가까워지게끔 노력했지만 그럴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라 혼자만 안절부절. 그러는 사이에도 누군가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교실 안은 여전하게도 모리사와 치아키와 세나 이즈미, 단 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쿵쿵. 고요함이 머무는 교실은 돌고 있는 서로를 의식하게 만드는 온기 때문인지 모든 것이 유하게 녹았다.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 세워두었던 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와르르, 기분 좋게 허물어져 그간 끙끙 앓고 있었던 솔직함을 풀어내기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이즈미.”

“······.”

 

 

 

 

 

적어도 이즈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자신도 알고 남들도 다 아는 저와 같은 마음을 먼저 고백해주길. 그리 바라며 적당한 때를 찾던 중, 이름을 작게 속살거리는 것에 잠시 내려두었던 눈꺼풀을 들어 올려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을 마주했다. 하지만 먼저 바라보고 있던 사람답지 않게 상대는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놀란 토끼처럼 눈을 커다랗게 뜨곤 급히 시선을 비꼈다.

 

 

하아?

 

 

이즈미는 대범하게도 제게 신체 접촉을 하고 뻔뻔하게 이름까지 불렀던 상대, 치아키의 답지 않은 뒷걸음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그러니 더더욱 제 시선을 벗어나려는 치아키.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그 스스로는 적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바라는 말을 해주기는커녕 피하기만 하니 답답함을 참지 못한 이즈미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

 

 

 

 

 

“···모리사와.”

?! 왜 그러나?”

 

 

 

 

 

다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재촉하려 불렀던 것인데 자신의 잘못을 책하려 드는 줄 안 상대는 모르는 척 제 질문을 피해갔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똑같이 눈을 마주하니 이어 나오는 말은 “잘 잤는가? 좋은 오후다!” 라는 눈치도 지지리도 없는 말. 부글부글. 혼자만 여름의 무더위를 앓는 기분에 절로 나오는 한숨을 참지 못하고 푹 내쉬었다.

 

 

 

 

 

깨워주려면 확실하게 깨우던가. 이름이 뭐야?”

, 들은 것인가?!”

모리사와 주제 진짜 짜증나. 완전 짜증나!”

잠깐, 세나, 세나!!”

 

 

 

 

 

오늘도 붙잡지 못한 기회. 매번 가까워 지려다가도 멀어지는 제 외사랑, 아니 맞사랑의 상대가 미워 이즈미는 결국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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