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른 전력 60분, 제 101회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
모두 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흐른 시간도 시간이었겠지만 필사적으로 그날의 상처에 대해 약을 발라 아물게 했으며 아문 자리에 남은 흉이 보기 싫어 부러 붕대로 둘둘 감아 의식에서 멀어지게 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쉬이 떠올릴 수 없게끔 옅어진 흉터. 덕분에 그대로 잊고 지냈던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야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연인으로 발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만에서 나온 착각이었다.
“···츠시. 아츠시!”
그와 자주 걸었던 길을 새로운 상대와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상대의 말소리는 지워지고 그 사이로 빛바랜 추억과 먼지 묻은 감성이 차올랐다. 나카지마는 지금 제 행동이 함께 있는 상대에게 실례하는 일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열린 판도라의 상자는 제멋대로 마음을 머리를 뒤흔드는 것도 모자라 과거의 향수에 젖게 만든다.
“아··· 미안해요. 잠깐 딴 생각을 좀···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저 이제 다리 아프다구요. 저기 카페라도 갈까요? 꽤나 아기자기하게 꾸며 놨어요.”
마음을 끌었던 사랑스러움이었지만 그것보다 깊게 파고드는 옛 정은 가득 찬 눈물샘을 찔러대며 제 극복하지 못한 나약함을 가만두지 않았다. 하마터면 왈칵, 쏟아 낼 뻔 한 위기. 어색하게 웃음으로 걷어내곤 대화에 억지로 신경을 썼다. 한시라도 빨리 부유하고 있는 미련을 털고 새로움에 관심을 가지려 했지만, 이미 곳곳에 자리 잡은 흉터들은 나카지마를 편히 두지 않았다.
“저기는 좀······.”
상대가 들떠서 이야기하는 곳은 한창 연애를 시작할 때, 무표정한 연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움직여보려 들어가자고 했던 곳이었다. 결국 연인의 표정을 건드리지 못했지만, 저와 연인의 입맛에 맞는 디저트를 내어주는 것에 이따금 그 맛을 느끼려 들렸던 장소. 그것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는 상대는 울상을 지으며 약한 애교와 함께 가자고 제 팔을 끌었다.
“네? 저런 분위기, 꼭 한 번 아츠시랑 가보고 싶은데.”
“제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요. 다른 곳은 어떨까요?”
유하지만 의사가 분명하게 담긴 단호한 말은 결국 상대의 고집을 꺾었고 시무룩하게 쳐진 분위기는 나카지마의 가슴 한 구석을 답답하고 무겁게 짓눌렀다.
“그럼 저기는요?”
“아······.”
다음 장소 역시 그와 나누어가진 애정이 가득 담긴 공간. 나카지마는 아까의 거절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제 존재감을 잔뜩 뽐내고 있는 흉터가 중요 할 뿐.
“아츠시,”
“미안해요.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요.”
거리의 어떤 곳도 그와 동행하지 않았던 곳은 없었기에 선택하는 곳 마다 모두 거절의 답만 기계적으로 뱉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에 질린 상대는 마음이 상한 화를 보였다. 좋게 만들고 싶었던 분위기가 급하게 하락하는 것을 느꼈지만 나카지마는 그것을 받아 줄 여력이 없었다. 흘러간 강물에 휩쓸리기 전에 이곳을 빠르게 벗어나고 싶을 뿐.
“오늘, 정말 이상해요.”
“······.”
“무슨 일 있는 거예요? 무슨 일 있는 거죠? 그렇게 혼자 끙끙대는 건 좋지 않아요. 내가 위로하는 것엔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속에서 앓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예요.”
도망치듯 빠르게 걷는 보폭을 억지로 맞추는 상대는 가쁜 숨과 함께 어떻게든 저와 이어지려 애썼다. 저에게 가진 호감으로 꾹 참는 인내심과 함께 이 일로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이해심. 나카지마는 저를 이렇게도 생각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었지만 제가 원하고 있는 이가 아니었기에 다문 입을 더욱 꾹 다물곤 걸음만 재촉했다.
“나카지마 씨!”
“···네.”
“내가 뭐 잘못했어요?”
“···아뇨.”
“그런데 그렇게···!”
서운함을 참지 못한 상대는 따라오던 걸음을 뚝 끊었다. 무거운 한숨까지 내쉬며 제가 뒤를 돌아 얼굴을 마주하길 바랬지만 나카지마의 시선은 앞.
“나는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
“당신 말대로 오늘은 이만 갈게요. 나중에 생각 정리되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해요.”
붙들어 주길 원하는 느릿한 발걸음에는 힘이 없다. 조금씩 멀어지는 그림자에 흉터가 아리다. 새로운 생채기가 하나 둘 생기는 기분.
“또 언제 나으려나.”
상처는 쉽게 지고 낫지만, 그 자리에 남는 피어나는 흉터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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