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2. 23. 22:42

청흑 전력 60분 97회, 비밀정원

애니메이션 2기 26화 날조


 

 

 

 

 

 

 

 

 

 

땅거미가 내려앉은 자리에 어둠까지 짙게 깔리고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당신과 나만의 공간으로, 무성한 소문으로 발길이 뜸한 장소의 비밀스러움에 어쩌면 이곳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에서만 보던 비밀정원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꽃이 만개하여 행복이 피어나고, 그로인해 사랑이 알찬 열매가 맺히는, 그런, 비밀정원 말입니다.

 

 

 

 

 

아오미네 군.”

“···테츠.”

 

 

 

 

 

그렇지 않고서야 아오미네 당신은, 지금 제게 행한 행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비밀정원

; 그곳에 묻은 그 날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기다릴까요?

 

 

 

 

 

 

 

 

 

 

어리광을 부릴 나이를 지나 한 계단정도 성장한 소년, 쿠로코 테츠야는 농구가 좋았다.

 

체격도 실력도 평범한 또래들보다 떨어졌지만, 좋아한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그대로 둘 수 없을 정도라 교복을 입고 보내는 청춘을 농구에 쏟기로 했다. 혼자 끌어안고만 있기 어려웠던 마음은 부 활동을 농구부로 입부하는 것으로 풀어냈지만, 더욱 부풀어버린 좋아함이라 코트 위에 서는, 경기에 나가는, 1군이 되기 위해 부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체육관에서 홀로 구슬땀을 흘리게 했다. 매끈한 바닥이 제 땀으로 미끄러워지는 것을 느낄 때면 쿠로코는 자신 역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섞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실력이 키워지고 무한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그러니까, 쿠로코 테츠야가 3군에서 그럭저럭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수준이 된 것도 함께 연습에 어울려 주었던 동급생, 아오미네 다이키가 없었더라면 진즉 잘려나갔을 처지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쿠로코는 스스로는 넘지 못하는 한계점에 걸려 무너졌고 그로인해 일어난 균열에는 포기하는 마음이 하나 둘 스며들었다.

 

 

 

 

 

농구부를··· 그만둘까 해요.”

 

 

 

 

 

처음 만났던 계절에서 조금 더 추워진 지금, 쿠로코가 냉정하게도 이야기했다. 아오미네는 어려운 결정 위에 서 있는 작은 몸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따라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유독 흐릿한 느낌. 제가 가진 머리칼보다 밝은 하늘의 색도, 제 그을린 피부와 대조되는 흰 피부의 색도,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터라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붙들고 싶어 그간 그에게 가지고 있던 자신의 진심을 다급하게도 풀어냈다.

 

 

 

 

 

나는, 네가 농구를 그만 두지 않았으면 해.”

 

 

 

 

 

한 번이 어려웠었지 그 다음은 한결 수월해 술술 터졌다. 옅은 하늘색 머리 위로 한 가득 떨어지는 위로는 쿠로코에게도 진득 고였는지 부러 숙이고 있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덕에 눈을 마주치고 그 시선이 얽힌다.

 

 

 

 

 

아오미네 군.”

 

 

 

 

 

첫 만남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얼굴이었다. 쿠로코는 처음과 달라짐이 없어 보이지만 오늘따라 솔직하게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동요한다. 이어 여전히도 서투른 말솜씨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욱 깊게 와 닿는 속내가 빈틈없이 꼭꼭 채워져 있어 언제 제가 나약한 말을 뱉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포기 하지 않았으면 해. 함께 코트에 섰으면 해.”

 

 

 

 

 

흔하다면 흔하고 진부하다면 진부한 위로의 한 마디가 불러 온 파장은 그간 말로는 형용해 낼 수 없던 감정의 둑을 무너뜨렸고, 그것을 절제는커녕 감당해내지 못하는 소년기의 아이들은 충동적으로 본능적으로 감정을 분출해냈다.

 

 

 

 

 

가깝습니다, 아오미네 군.”

 

 

 

 

 

너른 보폭으로 줄어가는 거리가 급하게 사라지고 곧 이마가 닿았다. 어느 쪽의 체온이 더 높은지 알 수 없는 열기가 훅훅 끓어 두 사람의 메꾸지 못한 공간을 파고들었고 그 열감에 자연스럽게 겹치게 된 입술은 처음으로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으응···”

 

 

 

 

 

체액에 미끈하게 마찰되는 살덩이도, 뜻하지 않게 계속해서 넘어오는 축축함도. 애정이 필요한 행위를 이끄는 중인 아오미네에게 쿠로코는 꼼짝없이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옷깃을 잡은 손이 동그랗게 그러쥔다. 낯설음에 겁을 먹어 이따금 불규칙적으로 힘이 빠지거나 들어가는 주먹. 싫었다면 밀쳐 내거나 혀를 깨물어 벗어 날 수도 있다는 선택권을 가진 쿠로코였다. 아오미네는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제 움직임에 어울려주는 쿠로코가 의아스러우면서도 허락을 했다는 의미 하나에 욕심을 냈다. 조심스럽던 배려는 조금은 강압적인 힘을 가지고 고른 치열을 훑으며 혀의 여린 부분을 살살 핥았다. 정신없이 입 안이 헤집어지는 쿠로코가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여전하게도 밀치는 힘은 없었다.

 

 

 

 

 

우응··· ! ······.”

 

 

 

 

 

쉴 틈 없이 자꾸만 채워지는 입이 버거웠지만 쿠로코는 견뎠다. 모든 것이 생경한 것들뿐이라 대처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이유이지만, 상대가 아오미네 다이키, 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쿠로코는 처음의 기분을 견뎌내었다. 꽤나 길고도 끈질겼던 입맞춤에 이제는 숨이 모자라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쯤, 먼저 멀어져갔다. 아오미네도, 괴로움도, 열기도.

 

 

 

 

 

지금 제게 한 짓이 어떤 의미가 담긴 짓인지 아십니까?”

 

 

 

 

 

열띤 만큼 쉬이 잦아들지 못해 잔류하는 감각들은 몰아쉬는 숨결로는 내보내기 어려웠다. 똑같이 숨을 몰아쉬는 아오미네 역시 저의 행동이 혼란으로 대답 대신 높은 천장만을 눈에 담았다.

 

 

 

 

 

“···알고 있어.”

“······.”

잘 알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매듭지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끊기는 말로는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정리 할 수도 없었으며 이렇다 할 정의 역시 내릴 수 없었다.

 

 

 

 

 

오늘 일은 저희 둘 만의 비밀로 해요. 여기에, 지금 이 순간을 묻어두는 것으로 해요.”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지만 서로가 모르는 척 했던 호감의 종류라고 생각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지금 불완전한 이들의 피어나도 쓰린 추억으로 회상 할 불장난의 일부임을 알기에 쿠로코는 쓰린 말을 부러 곱씹으며 시작되지도 않은 관계를 정리했다.

 

 

 

 

 

테츠 너,”

나중에.”

“······.”

우리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이해 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와서 꺼내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에 이번에는 쿠로코가 먼저 입술을 겹친 후 떨어졌다.

 

 

 

 

 

기대 되네요. 그때에는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지. 그리고 그 추억을 애써 찾으러 올 사람이 누구일지요.”

 

 

 

 

 

짧게 공유한 온기는 순간만큼이나 빠르게 도망갔고 이미 식어버린 입술에서 떨어지는 말들은 아무리 아오미네라도 붙잡을 수 없게끔 미적지근함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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