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5. 19. 23:29

적흑 전력 90분 제 107회, 술주정


 

 

 

 

 

 

 

 

 

 

어디냐는 연락을 남겨도 읽지를 않고, 상황을 물어보려 한 전화도 도통 받지 않던 연인은 자정이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휘청휘청.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다녀왔어.”

아카시 군, 무슨 일

보고 싶었어, 테츠야.”

 

 

 

 

 

걱정으로 다가가니 낯간지러운 말은 물론 쪽쪽, 얼굴 곳곳에 입술을 찍어대는 답지 않은 어리광에 쿠로코는 알았다.

 

 

아카시 세이쥬로가 취했다.라는 사실을.

 

 

 

 

 

 

 

아카시 세이쥬로의 술주정

; 완벽한 그의 흐트러짐은

 

 

 

 

 

 

아무리 회사 일이라도 과음은 지양하는 편에 속했고 더불어 술이 꽤 센 쪽에 속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일인지, 얼마나 속에 들이 부은 것인지, 늘 반듯하게 걷던 걸음은 울퉁불퉁한 바닥을 걷든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발을 헛디뎌 엉덩방아라도 찧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 쿠로코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다.

 

 

 

 

 

술 냄새······.”

그렇게 심해?”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그럴 수밖에 없었어.”

 

 

 

 

 

향수와 섞여 나는 냄새는 코를 독하게 찌르는 알코올. 술과는 그리 친하지 않는 탓에 한시라도 빨리 떨어지고 싶었지만, 술기운으로 달뜬 숨이 섞여 뭉개지는 투정이 늘 단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연인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더 눈에 기억에 담아두고 싶었다. 본능이 담겨 부풀어버린 욕심은 망설임 없이 그를 침실이 아닌 거실로 데리고 왔고 그에 대한 사과로 물을 건네니 얌전히 한 컵을 비운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있었지. 무슨 일.”

 

 

 

 

 

부러 찬물을 내어 주었다. 정신을 차리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 올라버린 술기운을 꺼트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인지 여전하게 말꼬리가 늘어지고 자세 역시 늘어진다.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그게 말이지··· 으음······, 테츠야가 넥타이를 풀어주면 생각 날 것 같아.”

 

 

 

 

 

이건 또 무슨 투정일까. 쿠로코는 어린아이처럼 구는 연인에 머리를 짚었다. 그냥 침실로 데리고 갈 걸 그랬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을 보는 값으로 요구하는 것인지 느긋하게 제가 넥타이를 풀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아카시에 쿠로코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건 무슨 억지 입니까.”

풀어 줄 거지?”

 

 

 

 

 

 

잠깐이지만 놀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오롯이 저만 담고 있는 시선에. 자신은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훅 끼치는 열기가 부끄러워 살며시 시선을 빗기니 도망치지 말라는 듯 끈질기게 따라오는 시선. 집요함에 졌다.

 

 

 

 

 

알았으니까, 쳐다보는 건 그만 두세요.”

?”

그건···”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더욱 열이 오를 것임을 안다. 그랬기에 쿠로코는 적당한 핑계거리를 찾아 도륵도륵 눈을 굴렸다. 아무리 굴려도 보이지 않는 구멍과 더불어 달아날 속셈을 다 안다는 듯 어쩌면 자신이 먼저 찾았을 구멍을 아카시가 단번에 막아버린다.

 

 

 

 

 

나는 테츠야를 좋아하고 있어. 그러니까 계속 보고 싶은 건 당연하잖아.”

 

 

 

 

 

직구로 던지는 건 자신도 그러니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건 반칙이다.

 

 

 

 

 

손이 멈췄는데.”

그거야 자꾸 아카시 군이 말을 거니까 그렇죠.”

긴장하는 거야?”

, 무슨!”

 

 

 

 

 

숨결이 섞이는 지점에서 멈춘 얼굴이 나른하다. 아무리 시선을 빗겨도 그의 얼굴이 들이차는 거리라 화르륵 오른 불길에 다시 불꽃이 피어난다. 감당되지 않는 열이 이미 붉게 물든 얼굴을 지나 목덜미로 내려온다. 홧홧하게 자신이 지나간 자리를 알려주는 온도가 심장에 좋지 않다.

 

 

 

 

 

테츠야, 그렇게 거칠게 하면 목이 아파.”

풀어달라고 한 건 당신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사랑을 담아서 풀어 줄 수 있는 거잖아?”

 

 

 

 

 

또 그 표정. 이대로 가다간 심장에도 불길이 닿아 모든 것이 그의 머리처럼 붉은 화염에 타버릴 것 같아 서둘러 손을 움직였다. 성급함과 집중력. 두 가지의 상반된 성질이 부딪혀 마냥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몇 번의 헛손질을 했을까. 이제야 겨우 풀어질 기미가 보이는 타이는 쿠로코의 손에서 난 땀으로 축축해졌다. 제 손에서 볼품없이 구겨져버린 타이가 불쌍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우선은 아니었다.

 

 

 

 

 

테츠야.”

 

 

 

 

 

이름을 불러오는 연인이 먼저.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여전히 늘어진 목소리가 겨우 진정시킨 평정에 돌을 던진다. 퐁당퐁당. 잔잔하게 몰아치는 파동이 결국은 시선을 맞추게 만들었고 얽힌 시선에 숨결이 섞이며 곧 입술이 닿는다.

 

 

 

 

 

불안해하지 마. 앞으로도 너 하나만을 볼 거니까.”

 

 

 

 

 

뭐라고 이야기하기도 전에 다시 맞춰지는 열감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

 

 

제가··· 그런 말을······ 했습니까?”

 

 

 

나란히 누운 침대 위의 대화는 방금 마친 행위보다 더 부끄러웠다. 정말 입니까? , 그렇다니까. 도통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쿠로코는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아카시를 바라보았지만 아카시는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보다 자세하게 그 날의 일을 되짚는다.

 

 

 

술에 취해서 얼마나 애먹었는지 몰라. 잔뜩 붉어진 눈으로 품을 파고드는데···”

거짓말 하지 마세요.”

들켰어? 하지만 좋아하냐는 질문은 테츠야, 네가 잠이 들 때까지 물었던 건 사실이야.”

 

 

 

최근 술자리에 참석하여 잔뜩 취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기억은 술자리에 참여한 후 흥과 같이 오르는 술에 누군가의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뿐.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밀려오는 숙취는 더더욱 전날의 기억을 물렸고, 그것과 더불어 큰 화가 아닌 걱정스러운 주의를 주고 해장을 도와주었던 아카시였기에 그대로 잠이 들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부린 술주정이 아카시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기에 숨겨진 일.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취한 척을 한 겁니까.”

취중진담.”

취중진담이라면······”

내가 아무리 너를 좋아한다고 말을 한들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또 물어 볼 거잖아? 그래서 조언을 구했지.”

그게 오늘 이야기해주려는 무슨 일입니까?”

 

 

 

 

대답 대신 다시 입술이 얼굴 곳곳에 찍힌다.

 

 

 

이제 알겠으니까···”

그만하라고? 하지만 다음 일은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사랑 받는 것에만 집중해, 테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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