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흑 전력 60분 100회, 백번째 사랑
나는 너를 만났다. 그리고 너도 나를 만났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자 네가 나의 운명이라고 여긴 가슴에서 우러난 일이었다.
100번째 사랑
; 99번째 헤어짐 그 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간지러운 홀씨의 두드림에 결국 싹 하나가 가슴께에 틔워났고 곧 너에 대한 애정이 멍울을 만들어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시들해지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그 꽃의 향기로움이 다 했을 때 너와 나는 헤어졌다.
“아오미네 군.”
“···어. 테츠.”
“······우리.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 갈 수 있을까요?”
벅찬 사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 하는 간단한 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너와는 다른 이유로 너와 멀어지는 것이 두렵고, 또 죽기보다 싫었기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시 너와 달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 깃든 착각이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었기에 나는 너의 이기심이 담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내 이기심을 담아 대답해주었다.
“이걸로 벌써 몇 번째인지 아심까?”
“······.”
“아무리 당신이 그 사람에게 빠졌다고 해도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임다!”
이별 후에 홀로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했다. 상대와 더불어 아오미네 자신도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있다 없다는 그 변화는 외로움을 부풀려 온 몸에 퍼뜨렸다. 잠시나마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술기운으로 잡지 못하면 깊은 잠은커녕 눈도 감을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편의점에 들렀더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를 해댔다.
“아직 99번째야. 한 번의 기회 남아 있잖아.”
“제 말이 그검다. 이제껏 차여놓곤 마지막 한 번 남은 기회마저도 놓치실 검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르는 끝없는 삶을 살아가며 한 사람만 쫓아 써버렸던 긴긴 시간. 이제는 그 영원 할 것만 같던 시간도 모두 떨어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이니까.”
“예?”
“마지막이니까 더욱 그 사람을 위해 쓸 거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많이 살았지. 짜피 다른 사람이랑 행복한 테츠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좋은 선택지네.”
한 사람을 위한 진심을 소중히 다루고 있으면 언젠가 닿는다고 믿고 있다. 그래,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고 그 불완전함은 이상하게도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포기에서 오는 안락함일까. 아오미네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미련 없는 홀가분함에 키세는 준비 해 온 따끔한 말들을 도로 목 뒤로 삼켜냈다. 따끔따끔. 대신 삼켜낸 가시들이 목은 물론 가슴까지 아프게 찔러왔지만 더 이상 제가 그에게 해 줄 것은 없었다. 그저 그와 그의 사랑이 잘 되길 속으로 빌어 주는 일만이 주어졌을 뿐.
“···그래서 언제 또 만나러 갈 감까?”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미 개봉된 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화 상대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고 키세 역시 제 몫은 아니지만 그의 몫의 캔 맥주 하나를 개봉하여 목을 들이 부었다.
“그 때는 봄날에, 봄바람이 불어 꽃잎이 떨어지는 그런 날에 가여.”
“······.”
“그럼 혹시 모름다. 이미 떨어진,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이기 때문에 더욱 쉬워질지.”
그게 마음일지 사랑일지는. 100번째의 사랑을 앞둔 그와 당신, 두 사람만이 알게 될 일이겠지만 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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