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3. 16. 22:53

청흑 전력 60분 100회, 백번째 사랑


 

 

 

 

 

 

 

 

 

 

 

나는 너를 만났다. 그리고 너도 나를 만났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자 네가 나의 운명이라고 여긴 가슴에서 우러난 일이었다.

 

 

 

 

 

 

 

 

 

 

 

100번째 사랑

; 99번째 헤어짐 그 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간지러운 홀씨의 두드림에 결국 싹 하나가 가슴께에 틔워났고 곧 너에 대한 애정이 멍울을 만들어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시들해지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그 꽃의 향기로움이 다 했을 때 너와 나는 헤어졌다.

 

 

 

 

 

아오미네 군.”

“···. 테.”

“······우리.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 갈 수 있을까요?”

 

 

 

 

 

벅찬 사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 하는 간단한 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너와는 다른 이유로 너와 멀어지는 것이 두렵고, 또 죽기보다 싫었기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시 너와 달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 깃든 착각이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었기에 나는 너의 이기심이 담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내 이기심을 담아 대답해주었다.

 

 

 

 

 

이걸로 벌써 몇 번째인지 아심까?”

“······.”

아무리 당신이 그 사람에게 빠졌다고 해도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임다!”

 

 

 

 

 

이별 후에 홀로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했다. 상대와 더불어 아오미네 자신도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있다 없다는 그 변화는 외로움을 부풀려 온 몸에 퍼뜨렸다. 잠시나마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술기운으로 잡지 못하면 깊은 잠은커녕 눈도 감을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편의점에 들렀더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를 해댔다.

 

 

 

 

 

아직 99번째야. 한 번의 기회 남아 있잖아.”

제 말이 그검다. 이제껏 차여놓곤 마지막 한 번 남은 기회마저도 놓치실 검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르는 끝없는 삶을 살아가며 한 사람만 쫓아 써버렸던 긴긴 시간. 이제는 그 영원 할 것만 같던 시간도 모두 떨어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이니까.”

?”

마지막이니까 더욱 그 사람을 위해 쓸 거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많이 살았지. 짜피 다른 사람이랑 행복한 테츠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좋은 선택지네.”

 

 

 

 

 

한 사람을 위한 진심을 소중히 다루고 있으면 언젠가 닿는다고 믿고 있다. 그래,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고 그 불완전함은 이상하게도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포기에서 오는 안락함일까. 아오미네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미련 없는 홀가분함에 키세는 준비 해 온 따끔한 말들을 도로 목 뒤로 삼켜냈다. 따끔따끔. 대신 삼켜낸 가시들이 목은 물론 가슴까지 아프게 찔러왔지만 더 이상 제가 그에게 해 줄 것은 없었다. 그저 그와 그의 사랑이 잘 되길 속으로 빌어 주는 일만이 주어졌을 뿐.

 

 

 

 

 

“···그래서 언제 또 만나러 갈 감까?”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미 개봉된 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화 상대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고 키세 역시 제 몫은 아니지만 그의 몫의 캔 맥주 하나를 개봉하여 목을 들이 부었다.

 

 

 

 

 

그 때는 봄날에, 봄바람이 불어 꽃잎이 떨어지는 그런 날에 가여.”

“······.”

그럼 혹시 모름다. 이미 떨어진,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이기 때문에 더욱 쉬워질지.”

 

 

 

 

 

 

그게 마음일지 사랑일지는. 100번째의 사랑을 앞둔 그와 당신, 두 사람만이 알게 될 일이겠지만 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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