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3. 9. 23:18

 

 

 

 

 

 

 

 

 

 

또 싸워버렸다.

 

알고 지낸 시간은 햇수로 따지는 반면, 연애를 시작 한 지는 겨우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아직은 연인으로써 맞춰지지 않은 마음이 자꾸만 부딪혔다. 그 충돌 사이로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은 전하려고 애를 쓰는 진심까지에도 영향을 끼쳐 사랑으로 보살펴 주고 싶었던 상대의 눈시울은 붉게 변해버렸고 순한 눈망울에는 금방이라도 펑펑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은 그렁함이 가득 차올랐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 하는 연애는 모든 순간이 가볍게 넘어 갈 수 없는 실수였고 마음에 차지 않는 오답이었다. 어떻게든 부드럽게 맞물려지려 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본성은 말의 가시를 뽑아내지 못했고 무심한 행동엔 배려가 없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좋아 한다 매달리고 표현하는 소년의 마음 때문일까. 이기적이게도 안심을 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오롯이 자신, 아쿠타가와에게 있다고. 그래서 자신도 같은 마음인 것을 조금은 숨기고 표현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랑을, 애정을, 호감을 표현 할 방법을 모르고 자란 남자였기에 소년이 바라고 원하는 만큼 마음을 쥐어주지 못했지만.

 

 

 

 

 

좋아해요.”

알고 있다.”

좋아하고 있어요, 당신을.”

이미 알고 있다고 했지 않았나. 네 놈이 소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잔뜩 실망에 가득 찬 얼굴을 볼 때 마다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며 제가 더 좋아 한다 사랑하고 있다는 속삭임을 전해주며 품에 넣어 다독여 주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소년 앞에서만 수줍고 부끄러워지는 스스로에 오해만 깊게 쌓여간다.

 

 

 

 

 

,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혼자만 기다리고 원망하고 참아주는 거.”

 

 

 

 

 

그러다 언젠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이별의 문턱 앞에 도착해버렸다. 자신의 말이면 껌뻑 죽는 시늉까지 해 주었던 마냥 착하고 순진하던 소년에게 무슨 봄바람이 불었을까 급하게 식어버리는 피에 아쿠타가와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잠깐 사이였지만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틀어진 소년의 감정에 질투심과 일전에 보여주었던 한결같은 순정에 대한 집착이 어울러져 등을 보이려는 소년을 망설임 없이 붙들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 않았나?”

 

 

 

 

 

분노로 떨리는 낮은 물음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그저 벌벌 작은 떨림을 안은 몸만 제 눈에 담길 뿐. 아쿠타가와는 하얗게 질려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 앞의 작은 짐승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는 도망 칠 수 없게 붙든 손목에 더욱 힘을 주며 그 연약한 피부에 붉은 손자욱을 세기며 이제야 고개를 드는 욕망과 소유욕도 함께 얹었다.

 

 

 

 

 

그건 모두 거짓이었나.”

 

 

 

 

 

시린 눈으로 마주친 시선은 불안으로 올곧지 못했고 점점 바닥으로 향한다. 네 놈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유년시절부터 그림자처럼 따라오던 불우함과 숨을 내쉬기 위해서는 살 길을 만들어 내야 했었던 그에게 기적처럼 찾아 온 봄의 햇살은 놓치고 싶지 않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껏 악으로 버텨냈던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뒷골목에서 벗어 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소년이 지금 제게 이별을 고했다. 받았던 감정은 식었고 그 틈으로 자라난 독점욕만이 아쿠타가와의 속에서 자리를 잡아 도망치려는 소년의 이미 잡은 손목은 물론 어깨와 몸통 그리고 숨통을 서서히 죄여가며 놓아주지 않는다.

 

 

 

 

 

날 진심으로 생각 한 적···, 있긴 해요?”

 

 

 

 

 

울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매번 저를 만날 때 마다 자존심을 구기고 묻는 소년의 눈물은 오늘도 여전히 퐁퐁 솟아나며 제 할 일을 했고 그에 아쿠타가와는 다시 귀찮음과 질색의 표정으로 나약해진 운명의 상대를 질책한다.

 

 

 

 

 

분명 나는 너를 책임 질 수도, 만족 시켜 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런 내게 매번 실망을 하는 네 놈이 어리석군.”

그래요, 나는 당신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 눈 먼 애정에 어리석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현실을 볼 수 있어 말하는 거예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투툭 툭. 소년이 결국은 울음을 뱉는다. 아쿠타가와는 이해 할 수 없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자신도 아리송한 상황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오늘까지 이 일의 반복은 벌써 열 번도 더 된 굴레. 언제나 끝은 자신이 아닌 소년의 사과로 헐렁한 매듭이 지어지는 파멸이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소년의 웃는 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죄를 위해 지금 끝내는 것이 맞을까. 아쿠타가와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정말 헤어져요. 나 너무 힘들어.”

 

 

 

 

 

쉴 세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얼굴을 손바닥에 묻어버려 소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적당히 맞춰보려던 꼼수는 통하지 않는 지금, 판단은 오로지 아쿠타가와의 몫. 이미 감정의 뚝이 무너진 소년은 어린 아이처럼 쉽게 울음을 멎질 못했고 그 덕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하나 둘 받게 된 남자는 얼굴처럼 매정한 입을 연다.

 

 

 

 

 

도망 칠 수 있으면 도망 가.”

그 끝은 내가 항상 있을 테니 말이야, 인호.

 

 

 

 

 

소름 끼치는 여유로움에 치를 떨지도 못하고 소년의 눈은 그대로 감겼다. 기절인가. 남자는 옅은 미소를 띠우며 소년을 가볍게 안아 올린다. 그 과정에서 선천적으로 앓는 기관지병에 얕은 기침이 나왔지만 머리 위로 떨어진 충격이 컸던 것인지 소년은 세상모르게 편안한 얼굴. 방금 전까지 많은 용기를 내어 관계를 끊어내려 했던 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얌전하게 남자의 품에 안겨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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