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4. 5. 00:05

너에게만 느끼는 감정

; 약간의 짜증과 간지러움, 과연 이게 무슨 감정일까.

 

 

 

 

 

 

 

 

 

 

나카지마는 그늘이 진 벤치를 흘낏 쳐다보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고집스럽게 수업을 참관하는 아쿠타가와가 눈에 들어왔고 그 모습은 금방이라도 쓰러져도 이상 할 것 없어 보였다. 저러다 또 양호실 가지. 나카지마는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다, 그리 생각하며 혀를 쯧 찼다.

 

 

 

 

 

“나카지마! 패스!”

 

 

 

 

 

마침 공이 제 쪽으로 굴러왔고 나카지마는 뻥, 세게 공을 차는 것으로 제게 잠시 머문 아쿠타가와의 얼굴을 걷어낸다.

 

 

 

알게 뭐야.

 

 

 

그는 언제나 제게 무심한 표정은 물론 정이 들지 않는 딱딱한 언행으로 다가왔다. 더불어 그 언사 속에는 거칠고 따끔한 비방만이 존재하였기에 곱씹으면 씹을수록 화가 나고,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카지마는 어떠한 이유 때문인지 계속해서 아쿠타가와와 엮이고 그로 인해 달라붙는 시선과 관심이 싫지만은 않았다.

 

 

 

 

 

“아쿠타가와!”

 

 

 

 

 

신경이 쓰였다면 쓰였다. 그 사소한 거슬림 탓일까. 요즘은 오히려 간섭이 없는 그를 마주하면 저도 모르게 서운 한 감정을 느끼는 지경에 일러 나카지마는 스스로가 어색했다. 그리고 지금도.

 

 

 

 

 

“내가 업을게.”

 

 

 

 

 

누구보다 먼저 아쿠타가와에게 달려 가 등을 내미는 제 자신이 낯설다.

 

 

 

 

 

 

 

* * *

 

 

 

 

 

 

 

아쿠타가와는 제 몸에 한계가 다가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득하게 붙인 엉덩이를 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이명이 들려오는 순간에도 차근히 담아냈다. 특이하게 기른 옆머리를 찰랑이며 운동장을 누비는 흰색의 소년을. 그리고 그가 찬 공이 골대의 그물을 흔들었을 때,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암전.

 

 

 

 

 

“···면 괜찮을 거야.”

“···렇군요. 그럼···”

“······부탁해.”

 

 

 

 

 

아직도 어지러운 머리에 대화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 데리고 와 준 건가. 괜히 귀가 뜨겁다.

 

 

 

 

 

“하튼, 고집쟁이라니까.”

 

 

 

 

 

선생님과 대화를 마친 나카지마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아쿠타가와가 누워있는 침대의 커튼을 열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와는 달리 꽤 조심스러운 손길에 아쿠타가와는 웃음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아냈다.

 

 

 

 

 

“몸도 약한 게. 아픈 걸 알면 사람이 조심을 해야지, 공부 잘한다는 거 다 거짓말이지?”

 

 

 

 

 

투정일까 아님 걱정일까. 혼자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달았다. 그리고 이내 그 달콤함에 빠져 다시 깊은 잠으로 이끌려 갈 때, 닿았다.

 

 

 

 

 

“네가 아픈 건 나랑 상관없어. 근데 왜 자꾸 내가 더 마음이 졸여지고 짜증이 나냔 말이야······.”

“······나 역시 네 놈이 내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마음이 졸여지고 짜증이 난다.”

“! 너 안자고······!”

“그리고 눈에 담기면 간지럽지. 나는 바보라 이런 감정 잘 모르겠는데, 네 놈은 아는가?”

 

 

 

 

 

삐익─.

 

중간에 나왔던 축구 경기가 끝이 났는지 호루라기 소리가 잔잔한 바람에 실려 왔고 그 갑작스러움에 놀란 나카지마의 얼굴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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