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7. 21. 16:11

청흑 전력 60분 118회, xx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누구보다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모르는 것들 투성이.

 

이제 막 사랑이 싹 트는 관계는 의사표현부터 시작해 감정표현까지도 약간의 부끄러움은 탔던 기억이 있지만 그래도 밀려오는 수줍음에 허우적, 말끝을 흐리진 않았다. 오히려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였다.

 

이는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았다. 관계를 맺고 있는 둘, 아오미네 다이키와 쿠로코 테츠야는 스스로가 가진 기준이 명확한 사람이었기에.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고 확실하게 표현했고, 애초에 둘은 거리낌 없던 편한 친구 사이에서 발전한 연인 사이라 특별히 상대에게 숨겨두거나 숨기려고 한 어떤 것도 없었다.

 

아마,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아오미네 군, 정말 생각나는 것 없습니까?”

“그러는 테츠야 말로 뭐 생각나는 거 없어? 나 몰래 내 생각하며─”

“그 입 다물어주세요.”

 

 

 

 

 

쿠로코는 아오미네의 말에 질색을 하며 눈을 흘겼다.

 

 

 

 

 

“그럼 왜 문이 열리지 않는 거야.”

“저한테 물어봐도 뾰족한 수는 없네요.”

 

 

 

 

 

아오미네는 돌리고 있던 문고리를 놓고 가까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쿠로코 역시 서있던 것이 힘들었던 터라 아오미네 뒤를 따라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 솔직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

 

솔직하게 마음을 고백하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문에 붙어 있는 설명은 그랬다. 그리고 이 이상한 방으로 들어오게 된 경로는 단순한 호기심과 심심함 때문.

 

 

 

 

 

“매번 너랑 있으면 꼭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납니다.”

“내 잘못이라고 하는데 테츠도 관심 보였잖아.”

 

 

 

 

 

쿠로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맞다. 그의 말이. 여름의 뜨거운 볕을 피하기 위해 들어왔던 조그마한 카페는 방으로 공간이 제공 되어지는 곳이었다. 일반적인 카페와는 달라 신기해 요리조리 둘러보다 특별히 이름이 걸려있는 방에 눈길이 갔었다.

 

 

 

 

 

“그래도 저는 들어간다고 하지 않았어요.”

“거짓말.”

“정말입니다.”

 

 

 

 

 

방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로 투탁투탁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미리 주문했었던 음료가 저 위 작게 난 창으로 들어왔다.

 

 

 

 

 

“아오미네 군, 혹시 저를 올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 모습에 쿠로코는 잠깐 아오미네를 훑곤 물었다. 아오미네는 잠깐 쿠로코를 바라보다 이내 그가 무슨 생각을 해냈는지 감을 잡곤 쉽게 쿠로코를 안아 올렸다.

 

 

 

 

 

“어때 테츠. 손닿는 것 같아?”

“손은 닿지만 이곳으로 나가기에는 창문이 작아요.”

 

 

 

 

 

어쩌면 했던 생각이 실패로 돌아갔다. 쿠로코는 자신을 안전하게 아래로 내려주는 아오미네에 그대로 안겨 다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테츠.”

“······.”

“테츠.”

“······.”

“테─”

“듣고 있어요. 말 하세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기에 돌아오는 쿠로코의 대답은 까칠했다. 역시 인상이 잔뜩 찌푸려져 잔뜩 예민하다고 쓰여 있다. 아오미네는 그런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맡은 체취와 닿은 살결은 밖의 열기보다 몸을 더 뜨겁게 달궈댔다.

 

 

 

 

 

“이제 옆에 앉아.”

“왜요?”

“이상은 참을 수 없어서.”

 

 

 

 

 

아오미네가 쿠로코를 세게 끌어안았다. 틈 없이 밀착된 순간 느낀 욕구는 아직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가지 못한 쿠로코의 얼굴에 곤란함을 퍼뜨렸다. 아오미네 역시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볼을 긁적였다.

 

 

 

 

 

“요즘 제대로 하지 못했네요.”

“바빴으니까.”

 

 

 

 

 

의도가 숨겨진 말은 숨결이 담겨 있어 더욱 뜨겁다.

 

 

 

 

 

“테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불리는 이름은 늘 색달랐다. 퍼져나가는 열감이 약한 쿠로코의 귓가에 머물고 곧 흰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게 한다.

 

 

 

 

 

“밖입니다.”

 

 

 

 

 

슬금슬금 올라오려는 손길을 짝, 밀쳐낸 쿠로코지만 이미 붙은 불길은 걷잡을 수 없었다. 단숨에 쿠로코의 시선은 천장으로 향했고 버둥거릴 틈도 없이 곧바로 아오미네의 얼굴이 한 가득 차며 입술이 겹쳐진다.

 

 

 

 

 

“하고 싶어.”

“윽!”

“지금, 테츠야. 너랑 하고 싶어.”

 

 

 

 

 

한껏 휘저어진 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거기에 얹은 속삭여지는 나른함은 이겨 낼 수 없었다. 정말 너는 항상 네 멋대로 입니다. 쿠로코는 불평이 터졌지만 이미 만들어진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싶진 않았다.

 

 

 

 

 

“나도. 아오미네 너랑 하고 싶어요.”

 

 

 

 

 

찰칵. 잠겼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느 누구도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그저 비워두었던 시간의 공백만을 메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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