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8. 1. 18:54

 

 

 

 

 

 

 

 

 

 

[갑작스럽게 미안해.]

[네겐 나는 너무 과분한 사람인 것 같아,]

[친구로 남았으면 더 좋은 관계가 되었을 것 같아.]

 

 

 

늘 늦던 연락, 그리고 이따금 미루던 약속들에 짐작은 하고 있었던 이별을 통보받았다. 쿠로코는 길게 이어지는 글에 심장이 철렁했다. 잘못한 기분. 쿠로코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그 기분이 결코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관계의 끝을 이제야 맺어주는 것에 대한 사과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이 애매모호하던 감정을 연애로 발전시킨 것에 대한 사과인지. 계속해서 섞여있는 미안하다는 말은 과거를 되돌아보게 한다.

 

늘 유순하게 반응했던 지난 날.

 

늦게 들와도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되어 오히려 그 관계에 대해 나쁜 오점을 남기지 말라고 조언했던 순간, 알았어야 했었다. 단순한 일적인 만남이 아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섞여있던 만남이었다는 것을.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이랑.]

 

 

 

쿠로코는 담담하게 이별을 요구하던 제 연인의 할 말을 그대로 친한 친구 중 하나인 아오미네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읽음 표시가 떴고 곧 전화가 울린다.

 

 

 

「아오미네 군」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편을 들어 줄 사람. 그런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위로는 받고 싶었지만 그 때가 지금은 아닌, 모순적인 상황에 쿠로코는 받지 말아야 할까 싶었지만 망설이는 머리와 달리 손은 멋대로 상대방과 연결을 시켰다.

 

 

 

 

 

“···어디야.”

 

 

 

 

 

머뭇거림에 어긋난 타이밍. 그것은 상대방의 반응에서, 그리고 쿠로코 스스로도 대답할 순간을 놓친 것에서 알 수 있었다.

 

 

 

 

 

“······집, 입니다.”

 

 

 

 

 

맞아 떨어지지 않아 생긴 공백들은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걱정으로 채워졌고 결국 그 보살핌에 무덤덤하던 감정이 무너졌다. 억지로 버티던 이성이 밀려오는 감정에 묻혀 물어오지 않았던 이야기를 구구절절. 남은 거리는 이별직전까지 쌓였던 응어리가 빈틈없이 메꾼다.

 

 

 

 

 

“정말··· 생각보다, 흐으··· 많이, 흑, 좋아한, 것, 같습, 니다······.”

 

 

 

 

 

뱉어보고 나니 울음까지 섞여버렸다. 꺽꺽 넘어가는 숨과 함께 새어나온 서러움. 그것을 들은 상대는 대뜸 집으로 오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끊긴 화면이 검은색으로 돌아올 때까지 쿠로코는 울었다. 기댈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실컷 울었다.

 

 

 

 

 

“많이 울었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 아오미네는 금방 도착했다. 그리고 여전하게 눈물이 가득 차있는 눈을 문지른다. 이미 쏟은 감정들에 발갛게 짓눌려있어 쿠로코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내일 눈 못 뜨겠다.”

“뜨지 않고 싶습니다.”

 

 

 

 

 

눈가에 퍼지는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해 괜한 어리광이 튀어나왔다. 스스로가 말하고도 억지임을 알았지만 받아주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니었는지 이제는 온기가 어깨와 가슴 그리고 허리에까지도 떨어진다.

 

 

 

 

 

“그래, 그 망할 놈에 대한 감정 다 털어낼 때까지 울어.”

“······.”

“며칠이 걸려도 계속 있어 줄 테니까.”

 

 

 

 

 

다시 쿠로코의 눈에는 눈물이 차오른다. 이번의 것은 이어나가지 못한 연에 대한 아픔이 아닌 새롭게 닿은 연에 대한 기쁨 것. 말로 전하기에는 성급하고 또 다듬어지지 못해 꺼려지지만 전하고 싶었다.

 

 

 

 

테츠···?”

 

 

 

 

 

감긴 팔 위로 쿠로코는 제 팔을 얹어 저 역시 아오미네를 안았다. 가까워진 사이는 이제 서로의 약한 살결까지 부딪히게 만든다.

 

 

 

 

 

“질리도록 울 겁니다. 귀가 아프다고 팔이 저리다고 해도 제가 놓기 전까지는─”

“놓지 않을게. 네가 먼저 놓기 전까지는 절대 풀지 않을 거야.”

 

 

 

 

 

더 붙을 곳은 있을까 싶었던 생각이 무색하게 머금은 체온이 더욱 가깝게 다가와 몸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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