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임버스 au / 보쿠시와 오레시의 공존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다. 더운 날임에도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찬 것들을 가까이 해 얻은 몸이 주는 충고라고.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오른 열이 떨어지지 않고 더욱 불탔다.
“쿠로코, 오늘은 좀 쉬도록 해.”
타는 몸은 심장부터 시작해 끓은 피를 손과 발의 끝까지 퍼지게 만들었다. 특히 이 남자, 아카시를 볼 때면 늘 볼에는 홍조가 올라와 여린 살결을 모두 분홍의 색으로 뒤덮고 더불어 시야까지 빙글빙글 어지럽게 만들었다. 거기까지면 그저 푹푹 찌는 날씨를 탓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증상에서 끝이 맺어지지 못했다.
“테츠, 벌써 하교 시간이야.”
“아······. 벌써 시간이···”
열감 때문인지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눈을 뜨면 해가 져있기 일쑤였고 심한 날에는 하루를 꼬박 잠으로 보냈다.
계속되는 기이한 상태에 쿠로코는 정상적인 생활에 불편함을 넘은 어려움을 겪어 결국 병원으로 향했다. 기대를 하고 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미 알고 있는 병명 감기. 추가가 된 것이 있다면 열병에 시달릴 수 있는 열 감기일 것이라는 추측 정도랄까. 몰려오는 허탈감만큼 약 봉투가 늘었다.
“아직 각성이 덜 되었나보네.”
요 근래 연습 때문에 무리를 했다고, 조금만 쉬어주면 나아질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남은 시간을 살아 내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중, 창 너머에서 말소리가 넘어왔다. 소리를 따라 돌린 고개. 시야에는 이미 깜깜해진 하늘과 함께 사람의 인영이 달빛에 그림자 져 들어왔다.
“열 때문에 많이 괴롭지 않아?”
쿠로코는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방문은 달갑지 않았으나 걱정은 반가웠다. 깔린 어둠 속 이제야 희미한 빛이 보이는 듯 희망이 보이는 기분. 그의 속을 읽었는지 인영은 가까이 쿠로코에게 다가왔다.
“전에 깨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 괴롭지도 않았을 텐데······.”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들어있었다. 누구인데 저를 이렇게 걱정하고 또 제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알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커지는 만큼 경계심도 커졌다.
“오늘이 보름이야.”
“······.”
“빨리 오고 싶었는데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이제는 숨결까지 느껴지는 거리에 쿠로코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다. 하지만 그것은 이름 모르는 이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는지 술술 나오던 다정함에 균열이 일었다.
“기회를 주고 싶었어. 네게.”
“······.”
“테츠야 네 스스로 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말이야.”
어디선가 한기가 불어와 목덜미에 머물러 시리게 만든다. 어깨 역시 움츠러들어 목을 가리는데, 그 순간 뒷덜미가 아팠다.
“으윽!”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나 봐.”
형용할 수 없는 통각은 눈물샘으로 전달되어 눈물을 줄줄 흘리게 만들었고 살기위한 발버둥으로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르게 하였다.
“아직도 아카시야. 당연히 세이쥬로라고 꽃 필 줄 알았던 이름이, 왜 아카시일까?”
닿는 면적으로 보아 손가락임에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통증은 커져갔고 이제는 목 전체가 불길에 휩싸인 듯 경험하지 못한 뜨거운 것들이 천천히 진득하게도 온 몸을 갉아먹어간다.
“아직 보름이야. 운명은 바뀔 수 있어.”
사정없는 손길에 흐릿해진 배경. 그 속에서 보였던 건 한 쪽 눈이 옅어졌지만 그 외의 것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믿었던 아카시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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