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2. 17. 00:26

 

 

나는 지금도

; 너를 사랑하고 있다.

 

 

 

 

 

 

 

 

 

 

예전에 말이야 나 엄청 못살게 구는 애가 있었다?”

 

 

 

 

 

술기운에 나른해진 나카지마의 음성은 들쑥날쑥했다. 같이 마셔주는 남자는 그런 그에게 취했다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했지만 고집을 부리며 일어나지않는 모습에 남자는 한숨을 쉬곤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같은 반··· 그것도 첫 짝꿍이었지. 생긴 게 딱 봐도 예민해 보이는 게 까칠 하겠구나~ 싶어서 얌전히 내 할 일만 하면서 나름대로 거리 두고 있었다? 근데 체육시간이던가··· 그 때 내가 주번이라 문을 잠가야 한 적이 있었어. 그래서 애들한테 얼른 나가라고 독촉하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남아있던 애가 있는 거야! 그게 누군지 알아?”

“···그 놈?”

! 맞아! 그 놈!!”

 

 

 

 

 

남자의 대답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긍정을 표하는 나카지마는 자신의 반동에 잠깐 휘청거렸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 중심을 잡고 비어있는 잔을 채운 뒤 곧장 시원스럽게 잔을 꺾었다. 크으. 쓴 맛을 알리는 감탄사가 터지고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웬만해서는 기다려주려고 했는데, 그 놈이 자꾸 밍기적 거리는거야. 아 지금 생각해도 열 받네!!”

 

 

 

 

 

나카지마는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르고 목 뒤로 넘겼다.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에 남자는 걱정스러운 듯 나카지마를 쳐다보았지만 마시는 행위에 직접적으로 끼어들진 않았다. 그저 눈으로만 마음으로만 걱정을 할 뿐.

 

 

 

 

 

내가! 그 놈 기다려준다고! 늦어가지구! 여자랑 잡으려고 아껴 둔 깍지 그 자식이랑 제일 먼저 껴 버렸다구!!”

“···고작 첫 깍지로 유난을 떠는군.”

그것만이면 내가 억울하지도 않지. 무려 뽀, ···뽀뽀! 그거까지도···! ······.”

 

 

 

 

 

남자의 시원찮은 반응에 나카지마는 욱했다. 그거 첫 뽀뽀였는데······. 혼잣말인지 중얼거리는 나카지마의 목소리는 어딘가 억울해보였다. 그렇게도 싫었던 건가? 남자의 담담한 물음에 나카지마는 떨구었던 고개를 들었다. 꼭 그렇진 않았어. 마주친 반 쯤 풀려버린 동공, 그 안엔 남자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떨구어지는 고개에 남자는 순간이었지만 오롯이 자신만을 담아내던 나카지마의 시선을 잊을 수 없었다.

 

 

 

 

 

그때 난 이미 걜 좋아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더 억울했지. 맨날 나만 보면 하찮다는 듯 보고 무시하는 말만 하는 그 놈한테 왜 이끌렸는지·····.· 나도 미쳤지. 갑자기 집 앞으로 불러 내더라구. 그래서 나갔더니 대뜸 물어 볼 것이 있다면서 뽀··· ! 뽀뽀를 하는데 그 놈한테는 실수, 그저 어린 날의 불장난으로 남아있을 짧은 순간이 나는 아직도, 아직까지도, 말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설레.”

다시 만난다면 또 해볼 의향은 있나?”

“······아니.”

 

 

 

 

 

조금 고민하나 싶었지만 의외로 간결하게 그렇지만 단호하게 나온 나카지마의 대답에 남자는 들었던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손이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취해버린 나카지마의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몽롱한 기운에 뿌옇게 변하는 시야 그리고 언제 끊길 지모를 왔다 갔다 하는 기억에 나카지마는 허공에 시선을 두었다.

 

 

 

 

 

이미 지나 간 인연인걸.”

근데 오늘따라 보고 싶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향수에 젖은 감성인지 아니면 앞에 있는 남자에게 하는 취중진담인지 그 애매한 말을 끝으로 나카지마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뒷정리는 남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떠 맏게 된 뒷일에 짜증이 날 법도 했지만, 남자는 그저 말없이 쓰러진 나카지마를 업었고 색색, 고른 숨을 내쉬는 나카지마를 바르게 고쳐 업으며 저 역시 말을 흘렸다.

 

 

 

 

 

나도. 오늘따라 네가 보고 싶었다, 나카지마 아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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