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글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관계의 진전과 더불어 그어두었던 선을 넘는다는 의미가 부여되는 일이었다. 쉽게 내주지 않는 곁과 가까워지기 위해 나아가는 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했고 매 순간이 두근거렸다. 그랬기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마냥 좋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다가갈수록 알게 되는 겉치장에 숨겨져 있던 순수한 날 것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실망도 크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단정 짓고 있던 부분이 명확한 사실로 드러나 정면으로 부딪힌 순간, 이로 말할 수 없는 믿음의 벽 하나가 무너져 내려 저의 발목을 잡고 거대한 파도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
얼굴을 보지 못한 지 삼 일하고도 반나절. 그만큼 비어져있던 자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벼운 먼지가 앉아있었다. 나카지마는 그것들을 닦아내었다. 그러면서 외근이라는 그의 소식을 곱씹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아직 그, 다자이 오사무와의 연애진도는 초기에 가까웠다. 그 말은 달큰한 애정을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내를 한계에 달하게 만들었다. 요동치는 마음에서 보고픔이 일었고 곧 그 감정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카지마를 움직여 그의 집 앞으로 가게 만들었고 만나게 되었다.
“저는, 그저···, 다자이 씨가 걱정 되어서······.”
그가 그렇게 숨기고 싶어 했던 과거의 모습과.
그대와의 거리
;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그 어딘가
“···아츠시 군.”
시체 더미에서 굴렀어도 이렇게 지독한 피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의 온기를 타고 코를 찡그리게 만드는 비릿함은 헛구역질을 나게 만들었고 뒷걸음까지 치게 한다.
“걱정을 해주었다니. 역시 아츠시 군은 상냥하네.”
“다자이 씨······.”
칠흑 같은 어둠을 뒤집어 쓴 터라 형체만 보이는 연인의 모습. 어떠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까. 목소리만으로는 추측되지 않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여유와 다정함이라 꿈이라도 꾸는 듯한 비현실감이 자꾸만 눈에 들이차는 장면을 의심하게 한다.
“···이, 일단 씻고 나서······!”
“아츠시 군.”
무엇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좋을지 고민하는 사이 겨우 벌렸던 거리가 가까워졌다. 다시 거리를 줄 틈도 없이 역한 숨결이 긴장으로 뻣뻣한 숨결에 섞이며 곧 연약한 피부에까지도 음습하게 스며들어간다.
쿵쿵
심장박동만이 고요한 적막을 깨는 지금, 나카지마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제 연인이 제가 알고 있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순응해주는 것 외엔.
“그리웠어. 이 냄새, 이 온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진 집합체가.”
말투는 여전히 다정했다. 머리칼부터 시작해 손가락 마디를 엮는 손길 역시 따뜻해 하마터면 제 기억 속에 그려지는 상냥하기만 하던 연인으로 돌아 왔다는 착각에 이를 뻔했다.
“하, 하지 마!”
현혹되지 않으려 발버둥 쳤지만, 아직은 미숙한 소년. 완숙한 남자의 올가미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의 힘과 요령이라 제 풀에 지치기만 한다. 이미 포기를 해버렸던 탓에 감각은 둔해졌고, 맞닿은 몸에 새하얀 셔츠는 물론 체온까지도 이미 그와 같은 검붉은 핏물이 들었다.
“아츠시!”
벗어 날 수 없다고, 거부 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포기하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의 다급함이 제 어깨를 끌었고 덕분에 얽혔던 거리가 벌어지며 까맣던 시야가 눈부시게 빛이 난다.
“쿠니···키다······씨.”
“가까이 하지 말라고 그리 얼렀건만!”
사나운 눈매를 가려주지 못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저를 들쳐 매는 손길이 약간 떨린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일까. 예상치 못한 빛에 시야가 좁아 감히 예상하지는 못하겠지만, 소년, 나카지마는 알고 있다.
그토록 동경하던 빛으로 되돌아오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것은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어둠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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