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입장문 2019. 3. 16. 22:53

청흑 전력 60분 100회, 백번째 사랑


 

 

 

 

 

 

 

 

 

 

 

나는 너를 만났다. 그리고 너도 나를 만났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자 네가 나의 운명이라고 여긴 가슴에서 우러난 일이었다.

 

 

 

 

 

 

 

 

 

 

 

100번째 사랑

; 99번째 헤어짐 그 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간지러운 홀씨의 두드림에 결국 싹 하나가 가슴께에 틔워났고 곧 너에 대한 애정이 멍울을 만들어 화사한 꽃을 피워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시들해지는 꽃잎이 하나 둘 떨어져 그 꽃의 향기로움이 다 했을 때 너와 나는 헤어졌다.

 

 

 

 

 

아오미네 군.”

“···. 테.”

“······우리.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 갈 수 있을까요?”

 

 

 

 

 

벅찬 사랑으로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너의 말에 고개를 끄덕, 하는 간단한 답을 줄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너와는 다른 이유로 너와 멀어지는 것이 두렵고, 또 죽기보다 싫었기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시 너와 달콤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이 깃든 착각이 스스로에게 안정감을 주었기에 나는 너의 이기심이 담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내 이기심을 담아 대답해주었다.

 

 

 

 

 

이걸로 벌써 몇 번째인지 아심까?”

“······.”

아무리 당신이 그 사람에게 빠졌다고 해도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임다!”

 

 

 

 

 

이별 후에 홀로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했다. 상대와 더불어 아오미네 자신도 말이 많은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있다 없다는 그 변화는 외로움을 부풀려 온 몸에 퍼뜨렸다. 잠시나마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술기운으로 잡지 못하면 깊은 잠은커녕 눈도 감을 수 없을 것 같아 잠깐 편의점에 들렀더니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기다렸다는 듯 잔소리를 해댔다.

 

 

 

 

 

아직 99번째야. 한 번의 기회 남아 있잖아.”

제 말이 그검다. 이제껏 차여놓곤 마지막 한 번 남은 기회마저도 놓치실 검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모르는 끝없는 삶을 살아가며 한 사람만 쫓아 써버렸던 긴긴 시간. 이제는 그 영원 할 것만 같던 시간도 모두 떨어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이니까.”

?”

마지막이니까 더욱 그 사람을 위해 쓸 거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많이 살았지. 짜피 다른 사람이랑 행복한 테츠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좋은 선택지네.”

 

 

 

 

 

한 사람을 위한 진심을 소중히 다루고 있으면 언젠가 닿는다고 믿고 있다. 그래, 그렇게 믿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굳건한 믿음이 흔들리고 그 불완전함은 이상하게도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포기에서 오는 안락함일까. 아오미네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미련 없는 홀가분함에 키세는 준비 해 온 따끔한 말들을 도로 목 뒤로 삼켜냈다. 따끔따끔. 대신 삼켜낸 가시들이 목은 물론 가슴까지 아프게 찔러왔지만 더 이상 제가 그에게 해 줄 것은 없었다. 그저 그와 그의 사랑이 잘 되길 속으로 빌어 주는 일만이 주어졌을 뿐.

 

 

 

 

 

“···그래서 언제 또 만나러 갈 감까?”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미 개봉된 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대화 상대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고 키세 역시 제 몫은 아니지만 그의 몫의 캔 맥주 하나를 개봉하여 목을 들이 부었다.

 

 

 

 

 

그 때는 봄날에, 봄바람이 불어 꽃잎이 떨어지는 그런 날에 가여.”

“······.”

그럼 혹시 모름다. 이미 떨어진, 떨어지고 있는 꽃잎들이기 때문에 더욱 쉬워질지.”

 

 

 

 

 

 

그게 마음일지 사랑일지는. 100번째의 사랑을 앞둔 그와 당신, 두 사람만이 알게 될 일이겠지만 말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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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장문 2019. 3. 9. 23:18

 

 

 

 

 

 

 

 

 

 

또 싸워버렸다.

 

알고 지낸 시간은 햇수로 따지는 반면, 연애를 시작 한 지는 겨우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는 정도였기에 아직은 연인으로써 맞춰지지 않은 마음이 자꾸만 부딪혔다. 그 충돌 사이로 아무리 다가가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은 전하려고 애를 쓰는 진심까지에도 영향을 끼쳐 사랑으로 보살펴 주고 싶었던 상대의 눈시울은 붉게 변해버렸고 순한 눈망울에는 금방이라도 펑펑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은 그렁함이 가득 차올랐다.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 하는 연애는 모든 순간이 가볍게 넘어 갈 수 없는 실수였고 마음에 차지 않는 오답이었다. 어떻게든 부드럽게 맞물려지려 해도 쉽게 변하지 않는 본성은 말의 가시를 뽑아내지 못했고 무심한 행동엔 배려가 없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좋아 한다 매달리고 표현하는 소년의 마음 때문일까. 이기적이게도 안심을 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오롯이 자신, 아쿠타가와에게 있다고. 그래서 자신도 같은 마음인 것을 조금은 숨기고 표현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랑을, 애정을, 호감을 표현 할 방법을 모르고 자란 남자였기에 소년이 바라고 원하는 만큼 마음을 쥐어주지 못했지만.

 

 

 

 

 

좋아해요.”

알고 있다.”

좋아하고 있어요, 당신을.”

이미 알고 있다고 했지 않았나. 네 놈이 소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잔뜩 실망에 가득 찬 얼굴을 볼 때 마다 진심은 그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며 제가 더 좋아 한다 사랑하고 있다는 속삭임을 전해주며 품에 넣어 다독여 주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소년 앞에서만 수줍고 부끄러워지는 스스로에 오해만 깊게 쌓여간다.

 

 

 

 

 

,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혼자만 기다리고 원망하고 참아주는 거.”

 

 

 

 

 

그러다 언젠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이별의 문턱 앞에 도착해버렸다. 자신의 말이면 껌뻑 죽는 시늉까지 해 주었던 마냥 착하고 순진하던 소년에게 무슨 봄바람이 불었을까 급하게 식어버리는 피에 아쿠타가와는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 잠깐 사이였지만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틀어진 소년의 감정에 질투심과 일전에 보여주었던 한결같은 순정에 대한 집착이 어울러져 등을 보이려는 소년을 망설임 없이 붙들었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지 않았나?”

 

 

 

 

 

분노로 떨리는 낮은 물음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그저 벌벌 작은 떨림을 안은 몸만 제 눈에 담길 뿐. 아쿠타가와는 하얗게 질려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 앞의 작은 짐승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는 도망 칠 수 없게 붙든 손목에 더욱 힘을 주며 그 연약한 피부에 붉은 손자욱을 세기며 이제야 고개를 드는 욕망과 소유욕도 함께 얹었다.

 

 

 

 

 

그건 모두 거짓이었나.”

 

 

 

 

 

시린 눈으로 마주친 시선은 불안으로 올곧지 못했고 점점 바닥으로 향한다. 네 놈은 나를 좋아한다고 했어. 유년시절부터 그림자처럼 따라오던 불우함과 숨을 내쉬기 위해서는 살 길을 만들어 내야 했었던 그에게 기적처럼 찾아 온 봄의 햇살은 놓치고 싶지 않은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이제껏 악으로 버텨냈던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뒷골목에서 벗어 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런 소년이 지금 제게 이별을 고했다. 받았던 감정은 식었고 그 틈으로 자라난 독점욕만이 아쿠타가와의 속에서 자리를 잡아 도망치려는 소년의 이미 잡은 손목은 물론 어깨와 몸통 그리고 숨통을 서서히 죄여가며 놓아주지 않는다.

 

 

 

 

 

날 진심으로 생각 한 적···, 있긴 해요?”

 

 

 

 

 

울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매번 저를 만날 때 마다 자존심을 구기고 묻는 소년의 눈물은 오늘도 여전히 퐁퐁 솟아나며 제 할 일을 했고 그에 아쿠타가와는 다시 귀찮음과 질색의 표정으로 나약해진 운명의 상대를 질책한다.

 

 

 

 

 

분명 나는 너를 책임 질 수도, 만족 시켜 줄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런 내게 매번 실망을 하는 네 놈이 어리석군.”

그래요, 나는 당신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그 눈 먼 애정에 어리석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현실을 볼 수 있어 말하는 거예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투툭 툭. 소년이 결국은 울음을 뱉는다. 아쿠타가와는 이해 할 수 없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자신도 아리송한 상황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한다. 오늘까지 이 일의 반복은 벌써 열 번도 더 된 굴레. 언제나 끝은 자신이 아닌 소년의 사과로 헐렁한 매듭이 지어지는 파멸이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소년의 웃는 날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죄를 위해 지금 끝내는 것이 맞을까. 아쿠타가와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정말 헤어져요. 나 너무 힘들어.”

 

 

 

 

 

쉴 세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얼굴을 손바닥에 묻어버려 소년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적당히 맞춰보려던 꼼수는 통하지 않는 지금, 판단은 오로지 아쿠타가와의 몫. 이미 감정의 뚝이 무너진 소년은 어린 아이처럼 쉽게 울음을 멎질 못했고 그 덕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하나 둘 받게 된 남자는 얼굴처럼 매정한 입을 연다.

 

 

 

 

 

도망 칠 수 있으면 도망 가.”

그 끝은 내가 항상 있을 테니 말이야, 인호.

 

 

 

 

 

소름 끼치는 여유로움에 치를 떨지도 못하고 소년의 눈은 그대로 감겼다. 기절인가. 남자는 옅은 미소를 띠우며 소년을 가볍게 안아 올린다. 그 과정에서 선천적으로 앓는 기관지병에 얕은 기침이 나왔지만 머리 위로 떨어진 충격이 컸던 것인지 소년은 세상모르게 편안한 얼굴. 방금 전까지 많은 용기를 내어 관계를 끊어내려 했던 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얌전하게 남자의 품에 안겨 자리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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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장문 2019. 2. 27. 23:46

 

 

 

 

 

 

 

 

 

무엇이든, 처음은 그와 함께였다.

 

나은 걸음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받은 것도, 성장을 위한 인정을 쟁취하려는 것도. 더 나아가서는, 스스로도 모르게 닫은 마음의 문 역시 그의 손을 잡고, 그가 만들어 준 발판을 믿고 열었다. 하지만 지금 내딛는 길은 전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디딤돌. 가까워지는 거리가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곧 맞닿은 이마가 뜨겁게 열을 토한다.

 

 

 

 

 

, 다자이 씨······.”

 

 

 

 

 

한 마디의 말에도 가득 품어지는 숨결마저도 부끄러운데 곧장 그의 입술로 닿는 것이 화끈, 달아오르게 해 나카지마는 전하고 싶은 말을 잇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는 어색하지만 다른 한 사람에게는 어색하지 않는 공백. 아직 어리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소년의 망설임에 다자이는 소년이 삼킨 알갱이를 천천히 음미하듯 부드럽게 입가에 미소를 건다.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는가?”

 

 

 

 

 

공유하고 있는 시간이 즐거워 기다리는 이의 얼굴은 빙글빙글 좋은 얼굴이 된다. 탓에 살짝 접힌 눈매가 깊어졌다. 탓에 명백한 놀림이라고 생각했는지 부루퉁, 나카지마는 볼을 부풀리며 밉지 않게 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그 사이로 빨려 들어가 그 사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착각이 일었기에 세모꼴로 올렸던 눈매와 함께 시선을 급히 아래로 피한다.

 

 

 

 

 

그건 아니지만···”

 

 

 

 

 

익지 않은 감정의 자람은 뛰고 있는 심장을 더욱 가쁘게 만들었고, 그것은 상대에게 더욱 큰 재미를 안겨주었는지 더욱 짙게 올라가는 입매가 보인다.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기에 보고 있지는 않지만, 눈 역시 둥글게 접혀있을 것 같은 얼굴이 연상된다. 조금 분하다고 생각 할 때 출처를 알 수 없는 열이 홧홧하게 볼을, 귀를, 그리고 목덜미까지 지나쳐간다.

 

 

 

 

 

겨우 이마를 맞댄 것뿐일세. 아직 이곳은 닿지도 않았어.”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도 새로운 반응이 하나 둘 켜지는 모습이 꽤나 재미 져 계속하고 싶었지만, 후에 토라져선 멀리하는 어리광엔 당해내지 못할 것을 알기에 다자이는 열기에 감겨있는 나카지마에게서 서서히 떨어지는 것으로 참았다.

 

 

 

 

 

, 그치만!”

 

 

 

 

 

말소리가 멀어지며 이마에서 느껴지던 체온도 멀어진다. 한숨 돌렸다고 방심하던 순간, 길게 뻗은 손가락이 입술을 가볍게 건드리고 지나간다. 다시 얼음.

 

 

 

 

 

이래서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질 않겠는 걸?”

 

 

 

 

 

어깨를 으쓱이며 머리칼로 옮겨가는 손가락들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무리하지 않아도 되네. 시간은 많거든. 어르는 목소리 역시 다정다감해 언제 굳었냐는 듯 이번엔 녹진히 풀어져버리는 줏대 없는 근육이 나카지마는 원망스러웠다. 손바닥 위에 있는 기분. 이래서는 도무지 제가 뱉은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

 

 

 

저도 이제 성인이라구요!’

 

 

 

얼굴을 본 지는 햇수로 치지만 연애일로 치자면 100일을 앞둔 풋풋한 커플. 그래서였을까. 지난날과 다를 바 없는, 아니, 고작 한 발자국 정도 가까워진 듯한 애매한 관계에 나카지마 쪽에서 안달이 나버렸다. 그래서 무작정 저지른 투정. 그것에는 당황시키려는 의도가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었지만, 그 대상이 자신은 아니었다. 당연하게 다자이, 여유를 빼면 시체라고 생각 할 정도로 제 페이스를 잃지 않는 사람인, 다자이 오사무를 당황시켜 가벼운 뽀뽀라도 받아 낼 요령이었으나 소년이 간과한 것은 그가 전 마피아 간부였다는 사실. 물론 이것이 마피아 간부라는 것과는 접점이 많아보이지는 않지만, 부족한 스스로를 탓하기 보다는 억지를 부려 위안을 삼고 싶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치니 더욱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크다.

 

 

 

 

 

“···시 군. 아츠시···. 아츠시 군.”

? ! ······.”

 

 

 

 

 

마주친 눈이 창피하다. 절로 숙여지는 고개.

 

 

 

 

 

“!”

 

 

 

 

 

또 다시 땅을 마주하고 있어야 하나, 싶어 다시금 밀려오는 실망감이 증폭된 복잡함으로 기운이 빠질 때, ‘하는 가벼운 온기가 이마에 떨어졌다 사라진다. 무엇이 다녀갔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다시 한 번 똑같은 온기가 이번엔 코끝에 걸렸다 사라지고 이내 젖살이 남아있는 보드라운 뺨에도 왔다간다.

 

 

 

 

 

“···다자이 씨······.”

 

 

 

 

 

이번에도 처음은 저쪽이다. 억울함보다는 미안함이 가득해 눈가가 잔뜩 시려온다.

 

 

 

 

 

울리려고 한 건 아닌데···, 내 성급함이 또 자네의 약함을 건드려버렸군. 미안하지 않아도 괜찮아. 오히려 아츠시 군의 처음을 매번 가져간 내가 미안하지.”

“······.”

 

 

 

 

 

금방이라도 떨어져도 이상 할 것 없이 가득 고인 물방울이 몽글몽글 속눈썹에 걸린다.

 

 

 

 

 

처음의 영광을 내게 주어서 항상 고맙네, 아츠시 군.”

 

 

 

 

 

엉엉, 복잡한 감정이 섞인 울음이 터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소년은 또 다시 성장했다. 환한 햇살과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잔뜩 올라온 물기를 말린다.

 

 

 

 

 

저야 말로요. 제 처음을 함께 내딛어주어서 고마워요, 다자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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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장문 2019. 2. 23. 22:42

청흑 전력 60분 97회, 비밀정원

애니메이션 2기 26화 날조


 

 

 

 

 

 

 

 

 

 

땅거미가 내려앉은 자리에 어둠까지 짙게 깔리고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곳은 당신과 나만의 공간으로, 무성한 소문으로 발길이 뜸한 장소의 비밀스러움에 어쩌면 이곳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속에서만 보던 비밀정원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꽃이 만개하여 행복이 피어나고, 그로인해 사랑이 알찬 열매가 맺히는, 그런, 비밀정원 말입니다.

 

 

 

 

 

아오미네 군.”

“···테츠.”

 

 

 

 

 

그렇지 않고서야 아오미네 당신은, 지금 제게 행한 행위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비밀정원

; 그곳에 묻은 그 날은 어떤 모습으로 우릴 기다릴까요?

 

 

 

 

 

 

 

 

 

 

어리광을 부릴 나이를 지나 한 계단정도 성장한 소년, 쿠로코 테츠야는 농구가 좋았다.

 

체격도 실력도 평범한 또래들보다 떨어졌지만, 좋아한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커서 그대로 둘 수 없을 정도라 교복을 입고 보내는 청춘을 농구에 쏟기로 했다. 혼자 끌어안고만 있기 어려웠던 마음은 부 활동을 농구부로 입부하는 것으로 풀어냈지만, 더욱 부풀어버린 좋아함이라 코트 위에 서는, 경기에 나가는, 1군이 되기 위해 부원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체육관에서 홀로 구슬땀을 흘리게 했다. 매끈한 바닥이 제 땀으로 미끄러워지는 것을 느낄 때면 쿠로코는 자신 역시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과 섞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모든 운동이 그렇듯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실력이 키워지고 무한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여기까지, 그러니까, 쿠로코 테츠야가 3군에서 그럭저럭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수준이 된 것도 함께 연습에 어울려 주었던 동급생, 아오미네 다이키가 없었더라면 진즉 잘려나갔을 처지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쿠로코는 스스로는 넘지 못하는 한계점에 걸려 무너졌고 그로인해 일어난 균열에는 포기하는 마음이 하나 둘 스며들었다.

 

 

 

 

 

농구부를··· 그만둘까 해요.”

 

 

 

 

 

처음 만났던 계절에서 조금 더 추워진 지금, 쿠로코가 냉정하게도 이야기했다. 아오미네는 어려운 결정 위에 서 있는 작은 몸을 내려다보았다. 오늘따라 가지고 있는 존재감이 유독 흐릿한 느낌. 제가 가진 머리칼보다 밝은 하늘의 색도, 제 그을린 피부와 대조되는 흰 피부의 색도,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터라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든 붙들고 싶어 그간 그에게 가지고 있던 자신의 진심을 다급하게도 풀어냈다.

 

 

 

 

 

나는, 네가 농구를 그만 두지 않았으면 해.”

 

 

 

 

 

한 번이 어려웠었지 그 다음은 한결 수월해 술술 터졌다. 옅은 하늘색 머리 위로 한 가득 떨어지는 위로는 쿠로코에게도 진득 고였는지 부러 숙이고 있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덕에 눈을 마주치고 그 시선이 얽힌다.

 

 

 

 

 

아오미네 군.”

 

 

 

 

 

첫 만남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얼굴이었다. 쿠로코는 처음과 달라짐이 없어 보이지만 오늘따라 솔직하게 저를 걱정하는 마음이 드러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동요한다. 이어 여전히도 서투른 말솜씨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더욱 깊게 와 닿는 속내가 빈틈없이 꼭꼭 채워져 있어 언제 제가 나약한 말을 뱉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포기 하지 않았으면 해. 함께 코트에 섰으면 해.”

 

 

 

 

 

흔하다면 흔하고 진부하다면 진부한 위로의 한 마디가 불러 온 파장은 그간 말로는 형용해 낼 수 없던 감정의 둑을 무너뜨렸고, 그것을 절제는커녕 감당해내지 못하는 소년기의 아이들은 충동적으로 본능적으로 감정을 분출해냈다.

 

 

 

 

 

가깝습니다, 아오미네 군.”

 

 

 

 

 

너른 보폭으로 줄어가는 거리가 급하게 사라지고 곧 이마가 닿았다. 어느 쪽의 체온이 더 높은지 알 수 없는 열기가 훅훅 끓어 두 사람의 메꾸지 못한 공간을 파고들었고 그 열감에 자연스럽게 겹치게 된 입술은 처음으로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으응···”

 

 

 

 

 

체액에 미끈하게 마찰되는 살덩이도, 뜻하지 않게 계속해서 넘어오는 축축함도. 애정이 필요한 행위를 이끄는 중인 아오미네에게 쿠로코는 꼼짝없이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옷깃을 잡은 손이 동그랗게 그러쥔다. 낯설음에 겁을 먹어 이따금 불규칙적으로 힘이 빠지거나 들어가는 주먹. 싫었다면 밀쳐 내거나 혀를 깨물어 벗어 날 수도 있다는 선택권을 가진 쿠로코였다. 아오미네는 그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제 움직임에 어울려주는 쿠로코가 의아스러우면서도 허락을 했다는 의미 하나에 욕심을 냈다. 조심스럽던 배려는 조금은 강압적인 힘을 가지고 고른 치열을 훑으며 혀의 여린 부분을 살살 핥았다. 정신없이 입 안이 헤집어지는 쿠로코가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여전하게도 밀치는 힘은 없었다.

 

 

 

 

 

우응··· ! ······.”

 

 

 

 

 

쉴 틈 없이 자꾸만 채워지는 입이 버거웠지만 쿠로코는 견뎠다. 모든 것이 생경한 것들뿐이라 대처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이유도 이유이지만, 상대가 아오미네 다이키, 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쿠로코는 처음의 기분을 견뎌내었다. 꽤나 길고도 끈질겼던 입맞춤에 이제는 숨이 모자라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 쯤, 먼저 멀어져갔다. 아오미네도, 괴로움도, 열기도.

 

 

 

 

 

지금 제게 한 짓이 어떤 의미가 담긴 짓인지 아십니까?”

 

 

 

 

 

열띤 만큼 쉬이 잦아들지 못해 잔류하는 감각들은 몰아쉬는 숨결로는 내보내기 어려웠다. 똑같이 숨을 몰아쉬는 아오미네 역시 저의 행동이 혼란으로 대답 대신 높은 천장만을 눈에 담았다.

 

 

 

 

 

“···알고 있어.”

“······.”

잘 알고 있으니까······.”

 

 

 

 

 

정확하게 매듭지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끊기는 말로는 지금 일어난 상황에 대해 정리 할 수도 없었으며 이렇다 할 정의 역시 내릴 수 없었다.

 

 

 

 

 

오늘 일은 저희 둘 만의 비밀로 해요. 여기에, 지금 이 순간을 묻어두는 것으로 해요.”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졌지만 서로가 모르는 척 했던 호감의 종류라고 생각 할 터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지금 불완전한 이들의 피어나도 쓰린 추억으로 회상 할 불장난의 일부임을 알기에 쿠로코는 쓰린 말을 부러 곱씹으며 시작되지도 않은 관계를 정리했다.

 

 

 

 

 

테츠 너,”

나중에.”

“······.”

우리가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이해 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와서 꺼내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에 이번에는 쿠로코가 먼저 입술을 겹친 후 떨어졌다.

 

 

 

 

 

기대 되네요. 그때에는 어떤 추억으로 남아있을지. 그리고 그 추억을 애써 찾으러 올 사람이 누구일지요.”

 

 

 

 

 

짧게 공유한 온기는 순간만큼이나 빠르게 도망갔고 이미 식어버린 입술에서 떨어지는 말들은 아무리 아오미네라도 붙잡을 수 없게끔 미적지근함을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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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장문 2019. 2. 23. 01:07

 

 

 

 

 

 

 

 

 

 

가문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황궁에서 주최하는 가면무도회를 참석하길 바란다는 말은 모두 저의 신변을 위험에 빠뜨리기 위한 함정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사실을 제가 마음에 깊이 품어두고 있던 이를 통해 전하는 것은 어떠한 겁박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려는 의지를 뒤흔들기 위함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을 지키느냐의 선택. 카가미는 망설임 없이 마차에 몸을 실었고 그 뒤로는 어린 시절부터 곁에 있어주었던, 그의 유일한 약점으로 칭해지는 이 하나만이 그를 따랐다.

 

 

 

 

 

“···언제나처럼 참석을 피하셔도 되었을 텐데요.”

 

 

 

 

 

순순히 뜻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익지 않아서인지 늘 고요하게 잔잔한 파동만을 가지고 있던 목소리가 약간은 격양되어있었다. 출렁. 큰 물결이 타고 있는 불길에 닿았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게끔 화려하게 핀 불꽃이라 언제나처럼 돌아오던 얌전한 따사로움은 없었다. 아마도 지난 밤 서재에서 어른들과 나눈 이야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는 각오라는 것을 다지고 온 모양. 한층 성숙해진 그것을 섣불리 건드렸다간 불필요한 동요가 일지 몰라 쿠로코는 뱉고 싶어 목 언저리를 간지럽히는 제 할 말을 꾹꾹 삼키고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이끈다.

 

 

 

 

 

선택을 하신 것에 대한 잔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할 예정이니 궁으로 들어가는 동안 주의해야 할 궁중예절에 대해 복습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쿠로코.”

.”

 

 

 

 

 

지키려고 든 이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하고 있던 연기로는 이미 베여버린 말버릇까지는 어떻게 순화시킬 수 없어 평소와 같이 허리를 잘라내는 화법이 나왔다. 꽤나 갑작스러운 난입에 놀랄 법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차분히 대꾸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시중의 모습. 카가미는 저와 마주친 쿠로코의 눈을 오래 볼 자신이 없어 미리 준비했던 가면 하나를 품에서 꺼냈다.

 

 

 

 

 

너도 쓰는 게 좋을 거야.”

 

 

 

 

 

고용인까지 가면을 써야 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애초에 궁 안으로는 신분이라는 자격이 주어지는 이들만 들어 갈 수 있게 되어있는 공간으로, 주인인 카가미 타이가가 수하인 쿠로코 테츠야에게 전해주는 가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쿠로코는 그 의도를 파악하기에 앞서 제게 내밀어진 가면을 어설프게 받았다. 그리고 광택으로 반질한 표면을 만지작거리며 하염없이 창 너머의 세상을 담는 주인의 옆모습을 훔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카가미 군은. 오늘따라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차분함이 오히려 저를 불안하게 만들어 답지 않게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많이 위험하겠지.”

 

 

 

 

 

도착하기 직전에 퍼진 그토록 듣고 싶던 속마음은 따뜻한 숨결과는 반대로 좋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불길함이 한 가득 담겨있는 한숨. 쿠로코는 제 손에 쥐어진 가면을 꼭 쥐었다.

 

 

 

 

 

그렇지만 너는 안전할거야. 어떤 곳이라도 좋으니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잘 숨어있어. , 너 정도 체격이나 기척이면 어디에 숨어도 쉽게 찾지 못하겠지.”

카가,”

찾으러 갈게. .”

 

 

 

 

 

늘 그랬던 일상처럼 기분 나쁘다는 얼굴과 함께 당신이 큰 것이라는 말을 전한다면 그가 내린 위험한 결론을 번복하게 만들어 멀어진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싶어 이번엔 쿠로코 쪽에서 허리를 잘라내는 화법을 따라했지만, 처음이라는 익지 않은 시도는 금방 효력을 잃고 그의 말에 잠식된다.

 

 

 

 

 

그러니까 그때까지. 그때까지 나 말고 아무에게 들키지 말고 잘 숨어있어.”

 

 

 

 

 

이마를 지나 눈두덩, 양 뺨 그리고 입술에 가볍게 떨어지는 그만의 온기가 그가 스스로 연 마차의 문을 통해 밤하늘로 멀리 멀리 날아간다.

 

 

 

 

 

이따가 보자.”

 

 

 

 

 

간직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그를 다시 한 번 붙들고 싶었지만 마지막 표정을 가면으로 가린 채 한 걸음 두 걸음 떠나간다. 화려함이 가득하지만 그 안은 추악하기 그지없는 소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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